술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들, 건강 적신호일까?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들. 그저 웃고 넘길 수 있는 가벼운 현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반응은 심각한 건강 위험 신호일 수 있다. 실제로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들은 심혈관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국내 한 연구팀이 음주 후 안면 홍조와 협심증,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 질환 간의 연관성을 확인했는데, 특히 35세 이상 남성들 중 술을 마시고 얼굴이 빨개지는 체질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심혈관 질환에 걸릴 확률이 1.34배 높았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최근 열린 대한응급의학회에서 발표되었으며,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권에서 이 현상이 특히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술을 마시면 왜 얼굴이 빨개질까? 이는 알코올이 체내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분해되는 과정과 관련이 있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1급 발암물질로, 얼굴을 붉게 만들고 숙취를 유발하는 주범이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이를 분해하는 효소인 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ALDH)의 양이 부족해, 체내에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쌓이면서 얼굴이 빨개지고 두통, 어지럼증 등의 증상을 겪는다.
문제는 얼굴이 빨개지는 체질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음주와 상관없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다는 점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사람들은 음주 후 뿐만 아니라 음주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할 확률이 더 높았다. 이는 유전적으로 알코올 대사 능력이 떨어지는 체질 때문으로, 특히 동양인들 사이에서 이런 현상이 흔하게 나타난다.

이와 더불어,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운다면 위험은 더욱 커진다. 강보승 교수는 “얼굴이 빨개지는 체질을 가진 사람이 담배까지 피우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6배로 상승한다”며, 이는 그야말로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의 연구에서도 얼굴이 빨개지는 남성이 흡연할 경우 협심증 발생 위험이 6배나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하얘지는 사람은 건강에 더 좋은 걸까? 꼭 그렇지는 않다. 얼굴이 하얘지는 사람들은 부교감신경 기능이 떨어진 경우가 많아,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는 혈액이 얼굴 대신 신체 하부로 몰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 경우에도 건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술을 마시고 얼굴이 붉어지거나 창백해지는 것 모두 단순한 신체 반응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심각한 건강 문제의 징후가 숨어 있다. 특히 안면 홍조가 심한 사람들은 술을 피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숙취 해소제를 마시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숙취 해소제는 간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는 일부 효과가 있지만, 얼굴이 붉어지는 원인인 ALDH 부족을 해결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술을 마신 후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에 더 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술과 담배는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치명적인 조합이므로, 가능한 한 금주와 금연을 실천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다.